이사 오기 전에 살던 집은 아파트였다. 위층에 어린아이들이 주말이면 콩콩콩콩 다니는 소리가 났다. 엄청 시끄럽지 않은 정도여서 '애들이 그럴 수 있죠~ 떠 다닐 수도 없는데'란 마음으로 살다가 이사를 왔다.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층간소음이 전혀 없고 큰길에서 좀 들어온 주택가라서 그런가 처음엔 평화로웠다.
하지만 인생이란 반전이 없으면 진행이 안되었던가. 얼마 지나지 않아 옆집이나 앞집 부부싸움이나 아이들을 혼내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렸다. 생각해보면 코로나19 때문에 아이들 개학이 미뤄질수록 그 빈도가 잦아진 것 같다. 특히나 내 방은 창문을 열면 차 한 대 반 정도 되는 길 건너편 소리가 여과없이 들린다. 마치 내가 혼나는 것 같은 기분이다. 이따금씩 책을 읽을 때면 음악을 듣기보다는 아주 조용~한 방에서 읽었으면 하는데 어쩌다 타이밍이 안 맞으면 앞집 아이와 함께 혼 나는 신세가 된다.
도대체 뭘 그리 잘못했길래 저리 화를 내는지, 그리고 그 옆집 아버지는 30분동안 딸을 혼내는데 내가 다 슬플 지경이다. 현대판 사도세자와 영조가 생각날 정도.
나중에 세월이 흘러 아이가 부모님을 기억한다면, 줄기차게 혼내는 무서운 분이었다는 이미지만 남는다면 참 슬플 것 같다. 가족에게 화 내고 혼내며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 있겠냐마는(생각해보면 그런 사람들이 있긴 했던 것 같다. 군대나 직장에서. 뭐, 그 ***들은 빼고) 오죽하면 저렇게 화를 낼까 싶다가도 조금은 화를 덜 내고 이야기를 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.
...라고 마무리를 하려고 보니, 문득 아버지에게 스마트폰과 컴퓨터 가르쳐드릴 때가 생각나면서 반성을 했다. 그런데 한 번 알려드릴 때 잘 좀 기억하시지, 텔레비전 틀어놓고 건성으로 들으시니 자꾸..!! 음... 화를 내려고 해서 그런 게 아니라, 불현듯 화가 자신을 지배하는 것이니까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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