요즘은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. 퇴근할 때야 사람이 비어있는 버스를 타서 고민할 일이 없지만, 출근할 때는 버스카드를 찍을 때부터 눈치모드를 켠다.
운이 좋게도 타자마자 혼자 앉을 수 있는 빈 자리를 차지한다면 그때부터 회사근처까지 아침꿀잠을 잘 수 있다. 그 다음 좋은 경우는 뒷쪽에 두 사람이 앉는 자리나 맨 뒷자리가 나는 경우다. 아무리 그래도 한 시간동안 서서 가는 것보다야 낫다.
아닌 경우는 어느 자리에 서 있다가 냉큼 자리가 나면 앉는 것인데, 이건 어디에 서 있느냐에 따라 복불복이다. 그리고 지금 내 앞에 난 자리에 앉았더니 잠시 뒤에 더 좋은 자리가 날 수도 있다. 그럴 때마다 고민하다가는 눈 앞의 자리도 놓친다. 일단 앉고 메뚜기처럼 옮길 수도 있다. 그런데 그러기 위해선 꿀잠을 포기하고 레이더를 켜야 한다.
생각해보면 지금 당장 나에게 온 기회가, 잠시 뒤에 오는 더 좋은 기회를 잡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. 하지만 더 좋은 기회 가까이에서 한 숨 돌리면서 준비를 할 수도 있다. 한 치 앞을 모르는 인생이고, 당장 오늘 아침 버스를 서서 가네, 앉아서 가네도 모르는 인생이다. 살아갈수록 세상 사는 게 참 쉽지 않다. 뭐 하나 확실한 게 없기에, 안개 속 같은 상황에서 내리는 선택들의 연속이다.
오늘은 버스에 탈 때부터 개인적으로 베스트인 자리가 아니라 세컨티어인 자리에 앉아 가기에 이런 뻘소리도 쓸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. 이 글 올리고 40분 정도 헤드뱅잉을 하면서 강남을 향할 듯. 이것 저것 다 떠니서 회사랑 집 가까운 게 최고이지만, 강남 쪽은 너무 집값이 비싸서 넘사벽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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